아랫배가 늘 무겁게 눌린다면
짧은 답
묵직하다, 눌린다, 아래로 빠질 것 같다 — 그런데 여러 검사에서 별다른 것이 안 나왔다면 이 무게는 어디서 올까요? 몸 안쪽에서 오는 감각은 원래 짚기 어렵게 퍼져 옵니다. 가르는 열쇠는 느낌이 아니라 「언제」입니다 — 하루에 매였는지, 달에 매였는지. 배가 눈에 띄게 불러 오거나 소변이 부쩍 달라지면 산부인과 진료가 먼저입니다.
아랫배를 두고 쓰는 말은 여러 가지입니다. 묵직하다, 눌린다, 뻐근하다, 아래로 빠질 것 같다, 무언가 걸려 있는 것 같다.
이 목록에 「아프다」는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픈 데와 눌리는 데는 다릅니다. 말하는 쪽에서는 그 둘을 이미 갈라 놓고 있습니다.
한 낱말로 뭉쳐 있는 이 무게가 실은 서로 다른 데서 옵니다.
짚을 수 있는 감각과 짚을 수 없는 감각
살갗이 베이면 어디가 베였는지 손끝으로 짚을 수 있습니다. 범위가 좁고 분명합니다.
느끼는 곳과 실제로 일이 벌어지는 곳이 어긋나기도 합니다. 안쪽에서 온 감각이 몸의 다른 데서 느껴지는 일은 아랫배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무겁다」·「눌린다」가 부정확한 말이 아닙니다. 그쪽에서 오는 감각을 있는 그대로 옮긴 말입니다.
아랫배는 한 칸이 아닙니다
골반 안에는 자궁과 방광과 장이 한 공간에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각자 방을 따로 쓰지 않고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닿아 있습니다.
골반 안의 장기들은 가까이 놓여 있어서, 한쪽이 차오르면 옆의 느낌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변을 오래 참은 날과 며칠 변을 못 본 날의 아랫배가 같지 않은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각각에서 오는 감각은 어느 칸에서 왔는지 알려 주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시작된 일들이 「아랫배가 무겁다」는 한마디로 모여 나옵니다. 한 낱말 안에 여러 가지가 들어 있는 까닭은 말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감각이 그렇게 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말을 가르는 데에는 느낌 말고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언제 무거운지입니다.
아침보다 저녁이 무겁다면
하루 안에서 무게가 달라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침에는 덜하고 오후를 지나며 무거워집니다.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으면 심해지고, 누우면 덜해집니다.
무게가 이렇게 시간과 자세를 따라 움직인다면, 그곳에서 오가는 피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골반 안쪽에는 가는 정맥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데(정맥총)가 있습니다. 앉아 있거나 서 있는 동안 여기에는 위쪽 무게가 그대로 얹힙니다. 걷어 들이는 쪽이 더뎌지면 그만큼 고입니다. 고인 만큼 안에서 자리를 차지합니다.
누우면 덜해지는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얹혀 있던 무게가 잠시 걷힙니다. 밤새 그 상태로 있다가 일어나니, 하루 가운데 가장 가벼운 때가 아침이 됩니다.
같은 일이 다리에서 벌어지면 저녁 무렵에 눈으로 표가 납니다. 골반 안쪽에서 벌어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고 「무겁다」는 말만 남습니다. 여러 곳에서 검사를 받고도 별다른 데가 안 나왔다는 말과 이 무게가 나란히 가는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 오후에 다리가 무겁고 붓는 이야기와 같은 원리입니다.
하루가 아니라 달에 매여 있다면
어떤 주에는 모르고 지내다가 어떤 주에만 무거운 분들이 있습니다. 아침저녁의 차이보다 그 주와 다른 주의 차이가 더 큽니다. 이쪽 무게는 하루가 아니라 달에 매여 있습니다.
같은 무게라도 매인 데가 다르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하루에 매인 무게를 달력에 대어 보면 아무 규칙도 안 보이고, 달에 매인 무게를 하루 안에서만 찾으면 마찬가지입니다. 달의 어느 시기와 함께 달라진다면 주기 쪽을, 오래 앉거나 선 날 저녁에 심해진다면 자세와 혈류 쪽을 함께 생각합니다. 두 가지가 겹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쪽에도 매이지 않는 무게가 남습니다. 아침이나 저녁이나 같고, 누워도 덜해지지 않고, 어느 주에나 그대로입니다. 앞의 두 갈래로는 풀리지 않는 몫입니다.
「아랫배가 무겁다」는 한마디에는 적어도 세 가지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어느 칸에서 온 것인지, 하루의 어느 때에 오는지, 한 달의 어느 주에 오는지.
여기서 갈라 두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간에도 자세에도 매이지 않고 늘 같은 무게가 이어지면서, 배가 눈에 띄게 불러 오거나 소변이 부쩍 잦아지거나 잘 안 나온다면 — 여기 적은 갈래를 대어 보실 일이 아닙니다. 산부인과 진료가 먼저입니다. 무겁던 곳이 갑자기 심하게 아파지는 때도 기다릴 일이 아닙니다.
언제 무거운지, 무엇을 하고 나면 덜해지는지. 이 둘만 붙어도 한 덩어리이던 무게가 갈라집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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