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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이 잴 때마다 다르다면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집에서는 정상인데 병원에서는 높고, 어떤 날은 뚝 떨어집니다. 저는 이렇게 튀는 혈압을 '고정된 고혈압'과 다르게 봅니다. 무너진 것은 혈관이 아니라 혈압을 조절하는 균형일 때가 많습니다.

"혈압이 잴 때마다 달라요. 어느 날은 150인데 어느 날은 110입니다."

이런 분들이 많으십니다. 병원에서 재면 높고 집에서 재면 정상입니다. 긴장하면 오르고, 푹 자고 나면 내려갑니다. 그래서 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늘 애매합니다.

저는 이렇게 잴 때마다 튀는 혈압을, 수치가 늘 높은 고정된 고혈압과 다르게 봅니다. 고정된 고혈압이 혈관이 뻣뻣해지고 조절점 자체가 올라간 상태라면, 튀는 혈압은 혈압을 조절하는 균형이 예민하게 흔들리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무엇이 혈압을 튀게 하는가

혈압은 심장의 힘, 혈관의 긴장도, 혈액의 양이 매 순간 맞물려 만들어지는 값입니다. 이 값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것이 자율신경입니다. 자율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 있으면, 작은 자극에도 혈관이 확 조여지고 혈압이 튀어 오릅니다.

제가 이런 분들에게서 자주 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긴장, 얕고 잦은 호흡, 부족한 잠, 식후의 더부룩함 같은 것들입니다. 언뜻 혈압과 상관없어 보이는 이 조건들이 겹치면, 교감신경이 과하게 흥분하고 혈관의 긴장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혈압은 컨디션에 따라 출렁이는 값이 됩니다.

교감신경 항진과 혈관 내피의 기능 저하가 혈압 변동에 관여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가 지지합니다.

저는 튀는 혈압을 '혈압 문제'가 아니라 몸이 긴장에서 잘 못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로 읽습니다. 혈관 하나만 보아서는 잡히지 않고, 그 혈관을 조이게 만든 상류의 긴장 — 호흡과 자율신경, 수면 — 을 함께 다루어야 값이 안정된다고 봅니다.

튀게 만드는 조건을 먼저 봅니다

저는 혈압계 숫자보다 혈압을 튀게 만드는 조건을 먼저 봅니다.

숨이 얕고 잦은지, 잠들고 나서도 몸이 긴장을 놓지 못하는지, 식후에 유독 증상이 심해지는지를 살핍니다. 이 조건들을 하나씩 눕히면, 튀는 폭 자체가 줄어듭니다. 산봉우리처럼 솟던 혈압이 완만한 언덕이 됩니다. 한약은 진료실을 떠난 시간에도 그 긴장을 낮추는 쪽으로 씁니다. 다만 튀는 폭은 며칠 만에 달라지지 않으니, 하루치 숫자가 아니라 그 폭을 여러 주에 걸쳐 봅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여기서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이미 고혈압을 진단받고 약을 드시는 분은, 제 말을 이유로 약을 임의로 끊으시면 안 됩니다. 혈압약의 조정은 반드시 처방하신 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혈압이 갑자기 아주 높이 치솟으면서 심한 두통, 가슴 통증, 시야 이상, 한쪽 마비가 함께 온다면 지체 없이 응급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이것은 조절의 문제가 아니라 응급 상황입니다.

혈압이 튀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신장, 갑상선, 부신, 호르몬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고, 이런 것들은 먼저 검사로 걸러야 합니다.

숫자 하나가 요점이 아닙니다

혈압이 잴 때마다 다르다는 것은, 몸이 아직 스스로 조절하려 애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조절점이 아직 애쓰고 있을 때 그 애씀을 돕는 쪽으로 봅니다. 숫자 하나에 놀라기보다, 왜 그 숫자가 흔들리는지를 함께 보겠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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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