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난치질환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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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을 가라앉히는 두 가지 방법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오래된 염증은 불을 세게 끄는 방식이 잘 듣지 않습니다. 불씨를 계속 부르는 신호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염보다, 그 경보를 왜 계속 울리는지를 먼저 봅니다.

염증을 잡는다고 하면 흔히 '불을 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불을 세게 끄는 것과, 불을 부르는 신호 자체를 줄이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오래된 염증일수록 후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급한 불과 오래 타는 불은 다릅니다

다치거나 감염되었을 때의 염증은 세고 짧습니다. 이럴 때는 불을 확실히, 빠르게 꺼야 합니다. 현대의학의 소염제가 잘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약하게, 오래 타는 염증입니다. 뚜렷한 상처가 없는데도 몸 곳곳에서 낮은 불씨가 꺼지지 않고, 피로·통증 과민·회복 지연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불은 세게 끄는 방식이 잘 듣지 않습니다. 불씨를 계속 불러오는 신호 자체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신호의 정체는 대개 이렇습니다. 손상된 세포에서 나온 조각들이 경보 물질처럼 퍼지고, 이것이 면역의 스위치를 반복해서 켭니다. 장 점막이 약해져 안쪽 물질이 새어 나가는 것도 이 경보를 끊임없이 울립니다. 불을 아무리 꺼도 경보가 계속 울리면 불은 다시 붙습니다.

손상 신호가 면역 경로를 반복 자극해 만성 저강도 염증을 유지한다는 것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약재 성분이 이 경보 물질에 직접 붙거나 면역 신호 경로를 낮추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저는 오래된 염증을 볼 때 '불을 얼마나 세게 끄느냐'보다 '경보를 왜 계속 울리는가'를 먼저 봅니다. 그 경보의 근원 — 약해진 장, 산화 스트레스, 지친 조직 — 을 다독이면 불씨를 부르는 신호가 줄고, 불은 스스로 사그라듭니다. 한약이 천천히, 그러나 근본에서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보를 울리는 자리를 찾습니다

저는 오래된 염증에서 소염만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경보를 울리는 자리를 먼저 찾습니다. 장이 새고 있는지, 회복할 시간을 못 얻고 있는지, 산화 스트레스가 쌓였는지를 봅니다. 한약은 불길이 아니라 그 경보가 울리는 자리에 씁니다. 그래서 변화가 눈에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다만 염증에는 반드시 원인을 밝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열이 계속되거나, 관절이 붓고 아프거나, 염증 수치가 뚜렷이 높거나, 체중이 빠진다면 자가면역질환·감염·종양 같은 원인을 먼저 검사해야 합니다. 이런 신호가 있으면 내과나 류마티스내과 검사를 먼저 권해 드립니다.

끄는 일과 부르지 않게 하는 일

불을 끄는 것과 불을 부르지 않게 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급한 불은 확실히 꺼야 하지만, 오래 타는 불은 그 불을 부르는 신호를 함께 다스려야 잡힙니다. 그 신호가 어디서 울리는지,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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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