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노년기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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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언이 사람마다 다르게 맞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물을 많이 드세요」 — 어디서나 듣는 말인데, 얼마나·언제부터·어떤 경우는 빼는지는 왜 함께 오지 않을까요? 조언이 처음 만들어진 자리에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 말이 건너가는 동안 조건부터 떨어져 나갑니다. 누구에게 한 말인가, 얼마인가,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 셋을 도로 붙이면 됩니다. 보충제 여럿을 시작한 뒤 황달·심한 피로·메스꺼움이 오면 멈추고 진료가 먼저입니다.

「물을 많이 드세요.」

어디서나 들으시는 말입니다. 그리고 대개 그 한마디에서 끝납니다. 얼마나, 언제부터, 어떤 사정이면 달리 하는지는 함께 오지 않습니다.

말은 짧아야 멀리 갑니다

조언이 처음 만들어진 자리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얼마인지, 어떤 경우는 빼는지.

조건은 무거워서 잘 따라오지 못합니다. 말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건너가는 동안 문장은 짧아지고, 먼저 떨어져 나가는 것이 조건입니다. 남는 것은 누구에게나 하는 말처럼 들리는 한 줄입니다.

말한 사람의 잘못이 아닙니다. 말은 짧아야 전해지고, 짧아지면 조건이 실릴 자리가 없습니다.

조건은 원래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단백질을 챙기시라는 말이 그렇습니다.

나이 드신 분의 단백질을 다룬 국제 권고문을 열어 보면, 하루에 몸무게 1킬로그램당 1.0~1.2그램으로 적혀 있습니다. 몸무게에 걸려 있는 숫자입니다. 50킬로그램이신 분과 80킬로그램이신 분에게 「챙기세요」라는 한마디는 서로 다른 양을 가리킵니다.

같은 권고문에는 예외도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신장 기능이 많이 떨어진 채 투석은 하지 않고 계신 분들은 이 권고에서 빼 두었고,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양을 제한해야 할 수 있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단백질 챙기세요」라는 한마디 안에 그 예외가 들어갈 자리는 없습니다.

같은 말이 다른 몸에 놓입니다

물도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면 목이 마르다는 느낌이 예전만큼 빨리 오지 않습니다. 신장이 소변을 진하게 만들어 물을 아껴 두는 범위도 좁아집니다. 60세에서 79세 사이를 더 젊은 쪽과 비교한 자료를 보면, 소변을 가장 진하게 만들었을 때의 농도가 20%가량 낮았습니다. 물을 챙겨 드시라는 말은 이 자리에 그대로 맞습니다.

그런데 마시는 양을 이미 따로 정해 두고 지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심장이나 신장 때문에 정해 둔 것이라면 그 정한 것이 앞섭니다. 「많이」라는 말이 그 자리에서는 다른 것을 뜻합니다.

조언은 사람을 가려서 오지 않습니다. 그 말이 놓이는 몸이 서로 다릅니다.

하나씩 오지만 겹쳐서 쌓입니다

조언은 하나씩 옵니다. 오늘은 물, 다음에는 단백질, 그다음에는 걸음과 자는 시각. 하나하나가 다 맞는 말이고, 대개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듣는 쪽에서는 하나씩이 아닙니다. 오늘 들은 것 위에 어제 들은 것이 그대로 얹혀 있습니다.

여기서 갈립니다. 여력이 남은 분에게는 여러 조언이 보탬이 됩니다. 여력이 빠듯한 분에게는 같은 조언도 하루를 버겁게 채웁니다. 챙길 것이 늘면 챙기는 데 드는 힘도 늘고, 그 힘도 몸의 여력에서 나옵니다.

곁에서 챙겨 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입니다. 줄일 일이 아닙니다. 다만 그 말들이 다 옳은 채로도 한 몸에서는 서로 부딪힙니다.

빠진 조건을 도로 붙이면 됩니다

들은 말을 골라낼 것까지는 없습니다. 그 말에 세 가지를 도로 붙이면 됩니다.

누구에게 한 말인가. 얼마인가.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이 셋은 그 말을 하신 분께 다시 여쭐 수도 있고, 그 말이 나온 자리에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에 하나씩 들여놓으면 그 하나가 어떤지 보입니다.

먼저 다른 곳으로

여기서 한 가지만 따로 떼어 놓겠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충제를 여럿 한꺼번에 시작하신 뒤에 몸이 나빠졌을 때입니다.

시작하신 무렵부터 새로 생긴 것이 있을 때. 눈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보일 때. 유난히 기운이 없고 메스꺼울 때. 오른쪽 갈비뼈 아래가 묵직할 때. 새로 시작하신 것을 멈추고 진료부터 보시면 됩니다. 그 자리에서 무엇을 언제부터 드셨는지 그대로 알리는 것이 판단의 바탕이 됩니다.

무엇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럿을 한꺼번에 드시면 몸이 반응해도 무엇 때문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물을 드시라는 말도, 단백질을 챙기시라는 말도, 걸으시라는 말도 다 좋은 말입니다. 그 말이 어느 몸 위에 놓이느냐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질 뿐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그때그때 다릅니다. 이 다름이 제 일을 어렵게 하고, 동시에 재미있게 합니다.

그러니 좋다는 말은 믿을지 말지로 가를 일이 아닙니다. 빠진 조건이 도로 붙어야 내 몸에 하는 말이 됩니다. 조건이 붙는 순간, 누구에게나 하는 말이 내 몸에 하는 말로 바뀝니다. 노화가 병이 아니라 여력의 문제라는 이야기가 그 바탕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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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