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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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것이 다시 물러지려면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몸이 「굳었다」는 말은 꼭 상했다는 뜻일까요? 삽질하면 손바닥이 두꺼워지듯, 몸은 눌리는 곳을 눌리는 만큼 바꿔 놓습니다. 물이 줄어 뻑뻑해진 것과 콜라겐이 쌓여 자리 잡은 것은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 지금 어느 쪽이 앞에 나와 있는지를 봅니다. 붓고 열이 나거나 쉬어도 점점 심해지면 검사가 먼저입니다.

삽질을 며칠 하면 손바닥에서 자루를 쥐던 곳이 두꺼워집니다. 몇 주 지나면 제법 단단해지고, 일을 그만두면 몇 달에 걸쳐 다시 얇아집니다.

이걸 두고 손이 망가졌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눌리는 곳을 눌리는 만큼 바꿔 놓은 것뿐입니다.

몸 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다만 안쪽 일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굳었다는 말을 들으면 대개 상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십니다.

눌리는 곳은 원래 성질이 바뀝니다

힘줄은 대개 당겨지는 힘을 받습니다. 그런데 힘줄이 지나가는 길에는 당겨지기만 하지 않는 데가 있습니다. 뼈 위를 감아 도는 곳, 그리고 뼈에 붙는 곳입니다. 여기에는 당기는 힘 말고 누르는 힘이 걸립니다.

그곳의 힘줄은 다른 데와 다르게 자랍니다. 섬유연골이라고 부르는 조직으로 바뀝니다. 이름 그대로 힘줄과 연골의 성질을 함께 가진 조직인데, 물을 끌어당기는 성분을 만들어 그 물로 누르는 힘을 받아 냅니다. 누르는 곳에서만 그렇게 됩니다.

어딘가 잘못돼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이 원래 그렇게 버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그곳에 걸리는 힘이 달라지면 조직도 거기에 맞춰 천천히 달라집니다. 앞서 손바닥이 그랬듯이 시간이 걸립니다.

트인 곳에서 생기면 아무 일도 아닙니다

넓게 트인 곳에서는 조직이 조금 두꺼워져도 옆으로 비켜설 여유가 있습니다. 두꺼워지고 끝납니다.

그런데 몸에는 뼈와 인대가 함께 만든 좁은 통로가 여럿 있고, 힘줄이 그 안을 미끄러져 지나갑니다. 여기서는 같은 만큼 두꺼워져도 비켜설 자리가 없습니다. 통로와 그 안을 지나는 것의 굵기가 어긋나고, 지날 때마다 걸립니다.

얼마나 변했느냐만으로는 갈리지 않습니다. 그 조직이 어디에 놓여 있느냐가 함께 정합니다. 같은 변화가 어떤 곳에서는 오래 아무 일도 아니고, 어떤 곳에서는 이르게 불편이 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몸 안에서도 그렇습니다. 비슷한 힘을 받는 곳이 여럿인데 그중 한 곳만 말썽입니다. 그 한 곳이 유난히 약해서가 아니라, 그곳에 여유가 없어서입니다.

먼저 치우고, 채우고, 쌓습니다

상한 곳이 다시 붙는 과정은 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차례가 있습니다.

처음 며칠은 치웁니다. 못 쓰게 된 조각을 걷어내고, 일할 세포를 불러 모읍니다.

다음은 채웁니다. 새 세포가 늘고 새 혈관이 자랍니다. 몇 주가 걸립니다. 많이 상했을수록 더 걸립니다.

채우면서 함께 하는 일이 둘 있습니다. 새 세포의 일부가 벌어진 곳을 가운데로 당겨 오므리고, 그 사이를 콜라겐으로 메워 갑니다. 일이 끝나 갈 무렵이면 일할 만큼 일한 세포들이 스스로 물러납니다(세포자멸사).

여기까지가 수리입니다. 그런데 수리를 마친 곳은 당겨진 만큼 좁고, 쌓인 콜라겐만큼 뻣뻣합니다.

물이 하는 일과 콜라겐이 하는 일은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곳이 굳어 있어도 무엇이 주도하고 있느냐가 다릅니다.

조직의 물기(수화)와 맞닿은 면의 미끄러짐(계면 윤활)이 주도하는 쪽이 있습니다. 조직 사이에 있어야 할 물이 줄었거나, 서로 스치는 면의 형편이 달라진 것입니다. 이쪽은 아직 여지가 있습니다. 물은 다시 들어올 수 있고, 스치는 면의 형편도 다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쌓인 콜라겐이 주도하는 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거기에 놓여 자리를 잡은 것이라, 며칠이나 몇 주 사이에 물러지지 않습니다. 이쪽은 걸리는 시간이 아예 다릅니다.

오래됐다고 앞쪽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래 굳어 있던 곳은 다 쌓여 버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래 굳어 있던 곳에도 물이 하는 몫과 스치는 면이 하는 몫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쪽은 그쪽대로 움직입니다. 반대로 다친 지 얼마 안 된 곳에도 이미 쌓이기 시작한 몫이 있습니다. 한 곳에 두 가지가 함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두 가지는 서로 붙어 움직입니다. 앞쪽이 오래 나빠져 있으면 뒤쪽이 더 쌓이기 쉽고, 뒤쪽이 자리를 잡으면 앞쪽도 예전 같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니 되돌아오느냐 마느냐로 가를 일이 아닙니다. 물어야 할 것은 지금 이곳에서 어느 쪽이 앞에 나와 있는가입니다. 앞에 나와 있는 쪽이 바뀌면, 같은 곳이라도 겪는 것이 달라집니다.

다만 굳었다고 느끼시는 것이 모두 이 단계들 안에 있지는 않습니다. 붓고 열이 나거나, 쉬는 동안에도 점점 심해진다면 어느 단계인지를 헤아릴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찾는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굳어 가는 데에는 몇 단계가 있고, 단계마다 남아 있는 여지가 다릅니다. 눌리는 힘에 맞춰 바뀐 것이 있고, 물이 줄어 뻑뻑해진 것이 있고, 쌓여서 자리를 잡은 것이 있습니다.

그 조직이 지금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가. 굳었다는 것도 한 가지 상태가 아닙니다. 지나가는 중일 수도, 이미 자리를 잡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뼈를 꺾지 않는 추나의 원리에서 이 성질을 치료에 어떻게 쓰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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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