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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울렁거릴 때 생강을 쓰는 이유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생강은 부엌에 있는 재료입니다. 그래서인지 한약에 생강이 들어간다고 하면 "그 정도야 뭐"라는 반응을 종종 뵙니다.

저는 이 재료를 조금 다르게 봅니다. 울렁거림에 관한 한, 생강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제법 쌓인 편에 속합니다. 그리고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꽤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오늘은 이 흔한 뿌리 하나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토하라는 신호는 어디서 오는가

먼저 구토라는 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위장의 점막이 자극을 받으면 세로토닌이 나옵니다. 이 물질이 장의 신경에 있는 5-HT3라는 수용체에 붙으면, 그 신호가 뇌로 올라가 "토하라"는 명령이 됩니다. 항암 치료를 받으실 때 병원에서 주는 구토 억제제 가운데 바로 이 수용체를 막는 약이 있습니다.

생강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도 같은 수용체를 막습니다. 진저롤과 쇼가올이라는 성분입니다.

그런데 방식이 다릅니다. 병원 약은 세로토닌이 앉을 자리를 미리 차지해 버리는 쪽입니다. 반면 생강 성분은 다른 자리에 붙어서, 그 수용체가 열리는 정도 자체를 낮춥니다. 문을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문이 덜 열리게 하는 셈입니다. 사람의 수용체와 사람의 장 조직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같은 목적지에 다른 길로 가는 것인데, 저는 이런 대목이 재미있습니다. 몸에는 한 가지 일을 하는 방법이 여러 개 있고, 식물은 그중 다른 길을 찾아낸 셈이니까요.

위가 비워지는 속도도 달라집니다

생강이 하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위가 비워지는 속도를 빠르게 합니다.

건강한 성인 2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생강을 드신 쪽의 위 배출 시간이 절반 가까이 짧아졌습니다. 위에 음식이 오래 머물러 있는 것 자체가 울렁거림을 만드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도 하나의 경로가 됩니다.

다만 같은 연구에서 소화기 증상 자체는 뚜렷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위가 빨리 비워지는 것과 속이 편해지는 것은 아직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로는 보이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말린 생강은 다른 재료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생강과 말린 생강(건강)을 나누어 써 왔습니다. 쓰는 자리도, 기대하는 작용도 다릅니다.

저는 이 구분을 배우면서 궁금했습니다. 왜 같은 뿌리를 굳이 나눠 놓았을까.

성분을 재 보면 실제로 달라져 있습니다. 생강을 말리면 진저롤이 쇼가올로 바뀝니다. 그런데 세게 가열할수록 많이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알맞은 온도에서 가장 많이 생기고, 그보다 더 뜨거워지면 오히려 줄어듭니다. 전환에는 물기가 필요한데, 너무 뜨거우면 물부터 날아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강은 그늘에서 천천히 말립니다. 볕에 널거나 불에 급히 말리지 않습니다. 물기가 서서히 빠지는 동안 전환이 일어날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옛사람들이 어떻게 이 방법에 이르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 성분을 재 보면, 그 방법이 쇼가올을 가장 많이 남깁니다.

즉 말린 생강은 그냥 마른 생강이 아니라 성분 조성이 달라진 재료입니다. 옛사람들이 이 화학을 알았을 리는 없습니다. 쓰임이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알아채고 나눠 두었고, 나중에 화학이 그 자리에 이유를 붙여 준 셈입니다.

이런 대목이 이 의학을 공부하는 재미입니다. 다만 두 가지 중 어느 쪽이 울렁거림에 더 나은지를 사람에게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직 못 봤습니다.

사람에게서는 어디까지 확인되었나

자료가 많은 쪽은 입덧입니다. 임신 중 구역·구토에 생강을 쓴 연구 열두 편, 임신부 1,278명의 자료를 모아 본 분석이 있습니다. 결과는 메스꺼움이 위약보다 나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실제로 토하는 횟수까지 줄었다고 하기에는 근거가 약했습니다.

항암 치료 중의 구역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결과가 갈립니다. 나아졌다는 연구도,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울렁거리는 느낌에 대해서는 근거가 있고, 그 너머는 아직입니다. 저는 이 정도의 재료라고 보고 씁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생강 하나로 무엇을 해결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울렁거림은 위에서 오기도, 귀에서 오기도, 긴장에서 오기도 합니다. 어디서 오는지를 먼저 봅니다.

다만 이 성분의 경로를 알고 있으면 쓸 자리가 보입니다. 위가 더디게 비워지는 분과, 자극에 신호가 과하게 올라오는 분은 손봐야 할 곳이 다릅니다. (같은 병인데 왜 사람마다 다르게 치료할까)

임신 중이시거나 피를 묽게 하는 약을 드시는 분은 무엇을 드시든 미리 알려 주십시오. 부엌에 있는 것이라도 그렇습니다. (임신 중·수유 중의 한약)

그리고 토한 것에 피가 섞이거나, 물조차 넘기지 못하거나, 심한 두통이 함께 오는 구토라면 — 이건 다른 문제입니다. 진료를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부엌에 있는 뿌리 하나를 따라가 봤습니다.

성분이 있고, 그 성분이 붙는 자리가 있고, 그 자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밝혀져 있습니다. 말리면 성분이 바뀌고, 그래서 다른 약이 됩니다.

흔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흔한 것일수록,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쓰는 편이 낫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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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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