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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아닌 곳에 있는 후각 수용체 — 몸은 왜 이걸 이렇게 많이 갖고 있나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사람 유전자 중에 후각 유전자가 유난히 많습니다. 냄새 맡는 데 이렇게까지 필요한가 싶을 만큼요. 그 이상한 점을 파고들었더니, 그 수용체가 코가 아닌 곳에서도 나왔습니다. 피부에, 장에, 신경에. 냄새를 맡으라고 있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를 하나 하려 합니다. 결론이 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활발히 파헤쳐지고 있는 자리입니다.

이상한 점에서 시작합니다

사람의 유전자를 세어 보다가 이상한 것이 발견됐습니다.

후각 유전자가 유난히 많습니다. 얼마나 많으냐면 — 사람 유전자를 무리로 묶어 봤을 때 가장 큰 무리가 후각 수용체 유전자입니다. 기능하는 것만 400개쯤 됩니다. 사람은 개나 쥐만큼 냄새에 의존해 사는 동물이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냄새를 맡는 데 이렇게까지 필요한가.

이 질문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코 바깥에서 나왔습니다

들여다볼수록 이상한 것이 함께 나왔습니다.

그 유전자가 후각 세포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피부의 상피 세포에도 있고, 신경 세포에도 있고, 몸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코에서 한참 떨어진 곳들입니다.

거기 있는 수용체가 냄새를 맡을 리는 없습니다. 코에서 멀리 떨어진 세포에 냄새가 갈 일도 없고요.

그렇다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관점이 바뀝니다

여기서 생각이 이렇게 옮겨 갑니다.

후각 수용체는 냄새를 전달하려고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냄새는 그중 한 가지 쓰임일 뿐이고, 원래 하는 일은 다른 것 — 어떤 분자가 왔다는 것을 알아채고 세포 안의 일을 켜는 스위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에서는 그 스위치가 "냄새"라는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피부나 장이나 신경에서는 냄새로 이어질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일로 이어지겠지요.

수용체를 감각 기관의 부품이 아니라, 몸 전체에 흩어진 스위치로 보는 것. 지금 이 방향으로 연구가 활발합니다.

왜 이게 제 관심사인가

저는 이 이야기를 다른 축과 나란히 놓고 봅니다.

요즘 함께 주목받는 것이 피에조라는 채널입니다. 누르는 힘과 당기는 힘 — 압력과 장력이 이 채널을 열고, 그것이 전기 신호가 되거나 세포 안의 화학 반응을 시작시킵니다. 물리적인 힘이 세포의 언어로 번역되는 자리입니다.

둘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몸에는 바깥에서 온 것을 세포 안의 일로 바꾸는 스위치들이 있고, 그 스위치가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많고, 훨씬 여러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은 분자를 알아채고, 어떤 것은 힘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그 스위치들이 대개 이온을 움직이는 것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안 쓰이는 데가 없는 신호 — 이온 이야기)

한약과 무슨 상관인가

제가 이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약은 성분이 수십, 수백 가지 들어 있는 약입니다. 그 성분들이 몸에서 무엇을 하는지 물으면, 지금까지는 대개 "무슨 수용체를 누른다"는 식으로 답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수용체 목록이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길다면, 물어볼 자리도 훨씬 많아집니다.

향이 나는 약재를 왜 그렇게 많이 쓰는가. 그 향의 정체는 코로 가는 분자입니다. 그런데 그 분자를 알아채는 수용체가 코에만 있는 게 아니라면 — 질문이 달라집니다. (먹자마자 느껴지는 약이 있습니다)

압력을 다루는 치료가 왜 몸을 바꾸는가. 손으로 미는 힘이 조직을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것까지는 압니다. 그런데 그 힘이 세포의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기도 하다면, 이야기가 한 겹 더 생깁니다. (뼈를 꺾지 않는 추나)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후각 유전자가 많다는 것, 그 수용체가 코 바깥에서도 나온다는 것 — 이건 확인된 이야기입니다.

그 수용체들이 각각 무슨 일을 하는지는 하나씩 밝혀지는 중이고, 아직 대부분 모릅니다. 어떤 한약 성분이 그중 무엇을 건드리는지는 더더욱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를 답으로 쓰지 않습니다. *"한약이 이 수용체를 눌러서 듣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할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이 방향을 흥미롭게 지켜봅니다. 몸을 이해하는 그림이 넓어지고 있고, 그 넓어진 자리에 제가 오래 다뤄 온 것들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몸은 왜 냄새 유전자를 이렇게 많이 갖고 있을까. 이상하다는 데서 시작한 질문이 지금은 몸 전체의 스위치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답을 아는 척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런 질문이 열려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몸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여백을 좋아합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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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