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아닌 곳에 있는 후각 수용체 — 몸은 왜 이걸 이렇게 많이 갖고 있나
👨⚕️오늘은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를 하나 하려 합니다. 결론이 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활발히 파헤쳐지고 있는 자리입니다.
이상한 점에서 시작합니다
사람의 유전자를 세어 보다가 이상한 것이 발견됐습니다.
후각 유전자가 유난히 많습니다. 얼마나 많으냐면 — 사람 유전자를 무리로 묶어 봤을 때 가장 큰 무리가 후각 수용체 유전자입니다. 기능하는 것만 400개쯤 됩니다. 사람은 개나 쥐만큼 냄새에 의존해 사는 동물이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냄새를 맡는 데 이렇게까지 필요한가.
이 질문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코 바깥에서 나왔습니다
들여다볼수록 이상한 것이 함께 나왔습니다.
그 유전자가 후각 세포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피부의 상피 세포에도 있고, 신경 세포에도 있고, 몸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코에서 한참 떨어진 곳들입니다.
거기 있는 수용체가 냄새를 맡을 리는 없습니다. 코에서 멀리 떨어진 세포에 냄새가 갈 일도 없고요.
그렇다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관점이 바뀝니다
여기서 생각이 이렇게 옮겨 갑니다.
후각 수용체는 냄새를 전달하려고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냄새는 그중 한 가지 쓰임일 뿐이고, 원래 하는 일은 다른 것 — 어떤 분자가 왔다는 것을 알아채고 세포 안의 일을 켜는 스위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에서는 그 스위치가 "냄새"라는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피부나 장이나 신경에서는 냄새로 이어질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일로 이어지겠지요.
수용체를 감각 기관의 부품이 아니라, 몸 전체에 흩어진 스위치로 보는 것. 지금 이 방향으로 연구가 활발합니다.
왜 이게 제 관심사인가
저는 이 이야기를 다른 축과 나란히 놓고 봅니다.
요즘 함께 주목받는 것이 피에조라는 채널입니다. 누르는 힘과 당기는 힘 — 압력과 장력이 이 채널을 열고, 그것이 전기 신호가 되거나 세포 안의 화학 반응을 시작시킵니다. 물리적인 힘이 세포의 언어로 번역되는 자리입니다.
둘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몸에는 바깥에서 온 것을 세포 안의 일로 바꾸는 스위치들이 있고, 그 스위치가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많고, 훨씬 여러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은 분자를 알아채고, 어떤 것은 힘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그 스위치들이 대개 이온을 움직이는 것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안 쓰이는 데가 없는 신호 — 이온 이야기)
한약과 무슨 상관인가
여기서부터는 제 관심의 이유입니다.
한약은 성분이 수십, 수백 가지 들어 있는 약입니다. 그 성분들이 몸에서 무엇을 하는지 물으면, 지금까지는 대개 "무슨 수용체를 누른다"는 식으로 답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수용체 목록이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길다면, 물어볼 자리도 훨씬 많아집니다.
향이 나는 약재를 왜 그렇게 많이 쓰는가. 그 향의 정체는 코로 가는 분자입니다. 그런데 그 분자를 알아채는 수용체가 코에만 있는 게 아니라면 — 질문이 달라집니다. (먹자마자 느껴지는 약이 있습니다)
압력을 다루는 치료가 왜 몸을 바꾸는가. 손으로 미는 힘이 조직을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것까지는 압니다. 그런데 그 힘이 세포의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기도 하다면, 이야기가 한 겹 더 생깁니다. (우두둑 꺾지 않는 추나)
여기까지가 지금 아는 선입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여기서부터가 아직 자리 잡히지 않은 영역입니다.
후각 유전자가 많다는 것, 그 수용체가 코 바깥에서도 나온다는 것 — 여기까지는 확인된 이야기입니다.
그 수용체들이 각각 무슨 일을 하는지는 하나씩 밝혀지는 중이고, 아직 대부분 모릅니다. 어떤 한약 성분이 그중 무엇을 건드리는지는 더더욱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를 답으로 쓰지 않습니다. *"한약이 이 수용체를 눌러서 듣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할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이 방향을 흥미롭게 지켜봅니다. 몸을 이해하는 그림이 넓어지고 있고, 그 넓어진 자리에 제가 오래 다뤄 온 것들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몸은 왜 냄새 유전자를 이렇게 많이 갖고 있을까. 이상하다는 데서 시작한 질문이 지금은 몸 전체의 스위치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답을 아는 척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런 질문이 열려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몸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여백을 좋아합니다.
참고한 자료
-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사람 유전자 중 가장 큰 무리라는 것 —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 발표문 — 노벨위원회
- 누르는 힘이 이온 채널을 직접 연다는 것 —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발표문 — 노벨위원회
- 사람 몸의 조직 곳곳에서 후각 수용체가 발현된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 — PLoS ONE, 2013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