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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한약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에는 맞는 부분과 틀린 부분이 함께 있습니다. 연구가 없는 것과 효과가 없다고 밝혀진 것은 다릅니다. 저는 확립된 것과 제 해석을 나눠서 말씀드립니다.

"한약은 과학적 근거가 없잖아요."

이 말을 들으면 저는 반박부터 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는 맞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틀린 부분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둘을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맞는 부분

한약 전체가 현대적 기준으로 검증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수천 가지 약재의 수많은 조합을 하나하나 임상시험으로 확인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처방은 연구가 꽤 쌓여 있고, 어떤 처방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한약은 다 검증됐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인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한의학의 오래된 설명 중에는 지금의 언어로 다시 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옛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그 작업을 제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연구가 없는 것과, 연구해서 효과가 없다고 밝혀진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둘이 자주 뒤섞입니다. "근거가 없다"는 말이 "효과가 없다는 근거가 있다"로 슬쩍 바뀝니다. 그건 논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약리 수준에서 확인된 것들이 이미 상당히 있습니다.

  • 한약 성분이 여러 표적에 동시에 작용한다는 것(다중표적)
  • 성분 상당수가 장내세균의 대사를 거쳐야 활성화된다는 것
  • 낮은 자극이 몸의 조절력을 오히려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호메시스)
  • 감초의 성분이 특정 효소를 억제하고, 염증 경보물질에 직접 작용한다는 것

이런 것들은 약리학에서 다뤄지는 내용입니다. 조각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잇는 일은 아직 진행 중이고, 저는 그 작업을 제 몫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한약은 무엇을 하는가)

검증이 어려운 진짜 이유

한약이 현대적 임상시험 틀에 잘 안 맞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한약은 사람마다 다르게 짭니다. 같은 병명에도 사람에 따라 처방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임상시험은 모두에게 똑같은 약을 주는 것을 전제로 설계됩니다. (같은 병인데 왜 사람마다 다르게 치료할까)

다만 "맞춤 처방이라 시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 116명을 맞춤 처방·표준 처방·위약 세 군으로 나눠 이중맹검으로 진행한 시험이 있고, 한약군이 위약군보다 나았습니다. 설계는 가능했습니다. 다만 이런 시험은 품이 많이 들어서, 아직 수가 적습니다.

둘째, 성분이 하나가 아닙니다. 한 첩 안에 수십, 수백 가지 성분이 있고 서로 영향을 줍니다. "이 성분이 이 효과를 냈다"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대상이 다릅니다. 한약이 자주 쓰이는 자리는 검사에서 이상이 안 나오는 상태입니다. 수치로 잡히지 않는 것을 결과 지표로 삼기가 어렵습니다.

이건 변명이 아니라 문제의 성격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러니 검증 안 해도 된다"가 되지는 않습니다.

한약이 답이 아닌 자리도 있습니다

한약이 모든 병에 답이 되지는 않습니다. 부품이 크게 망가진 경우, 급한 경우, 수술이나 강한 약이 먼저인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검사와 다른 진료를 먼저 권합니다.

진료실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보고, 얼마나 해 보고 판단할지를 미리 말씀드립니다. 해 보고 아니면 방향을 바꿉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갑자기 생긴 심한 통증이나 마비,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있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빠지거나, 열이 오래 가고 밤에 식은땀이 나거나, 가래·대변·소변에 피가 섞인다면 병원 검사가 먼저입니다. 이미 암이나 심장·신장 질환으로 치료 중이시라면, 한약은 그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제가 계속 붙들고 있는 질문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은 저를 불편하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계속 붙들고 있는 질문입니다.

옛 문헌이 남긴 단서에서 출발해 지금의 약이 된 것들이 있습니다. 아르테미시닌이 그랬고, 아스피린과 메트포르민이 그랬습니다. 한의학은 그런 단서를 아직 많이 품고 있는 의학이고, 21세기 들어 그 근거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 작업을 공부하고, 여기에 옮겨 적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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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