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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2026년 7월 11일

한약은 무엇을 하는가 — 몸을 대신하지 않고, 스스로 수리하게 합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한약이 대체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저는 이 질문에 한 문장으로 답하지 않으려 합니다. 몸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진료에서 붙잡고 있는 생각은 분명합니다. 한약은 망가진 부품을 대신 갈아 끼우는 약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상태로 환경을 되돌리는 약이라는 것입니다.

병은 한 가지 이유로 생기지 않습니다

먼저 오해 하나를 풀고 싶습니다. 저는 "병은 부품이 망가져서 생기는 게 아니라 환경이 달라져서 생긴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부품이 실제로 망가져서 생기는 병도 있습니다. 조직이 상하고, 세포가 죽고, 장기가 고장 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그에 맞는 치료가 먼저입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훨씬 자주 만나는 것은, 부품은 멀쩡한데 그 부품이 놓인 환경이 달라진 경우입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계속 아프고, 여러 증상이 함께 오고, 약을 써도 그때뿐인 분들입니다. 그리고 실제 손상이 있는 경우조차, 그 손상을 키우고 회복을 막는 것은 대개 주변 환경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품과 환경을 양자택일로 보지 않고, 함께 봅니다.

몸의 환경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축입니다

'환경'이라는 말을 저는 넓게 씁니다. 몸 안의 환경은 어느 한 가지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맞물려 정해집니다.

무엇을 다루는가
물리 압력·장력·전단력, 조직의 굳기와 흐름
시간 얼마나 빠르게(속도), 얼마나 오래(누적)
화학 산-염기(pH)·이온·전해질
대사 에너지, 인슐린, 미토콘드리아
면역 장 점막면역과 전신 염증의 기준선
신경 자율신경·미주신경의 조절
내분비 호르몬과 부신의 여력
순환 혈류와 림프, 노폐물의 청소

이 축들은 나란합니다. 어느 하나가 대장 노릇을 하지 않습니다. 압력이 중요한 병도 있지만, 압력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면역과 대사가 먼저 무너지는 병도 있습니다. 병마다 먼저 기울어진 축이 다르고, 하나가 기울면 나머지가 연쇄로 흔들립니다. 그래서 같은 이름의 병도 사람마다 손봐야 할 자리가 다릅니다.

한약이 다른 점 — 한 곳을 세게 누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한약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하나의 성분으로 하나의 표적을 세게 누르는 약은, 그 한 축은 확실히 움직입니다. 필요할 때 꼭 필요한 방식입니다.

한약은 결이 다릅니다. 한 첩 안에 수십, 수백 가지 성분이 들어 있고, 이들이 여러 축에 조금씩 동시에 작용합니다. 어느 축은 산-염기를, 어느 축은 장의 면역을, 어느 축은 혈류를, 어느 축은 신경의 흥분을 조금씩 건드립니다. 한 곳을 크게 밀어붙이는 대신, 기울어진 환경 전체를 원래 범위 쪽으로 함께 되돌리는 방식입니다.

여러 축이 기울면 한약이 여러 축에 조금씩 작용해 환경을 되돌리고, 실제 수리는 몸이 스스로 한다는 과정을 나타낸 도해

여기까지 중, 확립된 부분과 제 해석을 나눠 말씀드립니다. 한약 성분들이 여러 표적에 작용한다는 것(다중표적), 장내세균의 대사를 거쳐 활성화된다는 것, 낮은 자극이 몸의 조절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호메시스)은 약리학에서 다뤄지는 내용입니다. 이 조각들을 '환경을 되돌린다'는 하나의 그림으로 잇는 것은 제 임상의 해석입니다.

예를 하나 들면 — 감초 한 가지도 여러 계통을 건드립니다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어, 흔한 약재 하나만 예로 들겠습니다. 감초는 '순한 약'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계통에 동시에 작용합니다.

감초 한 가지가 장내세균 대사를 거쳐 전해질·혈압, 염증·면역 등 여러 계통에 동시에 작용하며, 각각에 이로움과 경계가 함께 있음을 정리한 도해

한 가지 약재도 이렇게 여러 갈래로 퍼집니다. 그래서 좋기만 한 약재도, 나쁘기만 한 약재도 없습니다. 같은 작용이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감초를 오래, 많이 쓰면 혈압이 오르거나 칼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한의사가 사람마다 약을 달리 짜고, 용량과 기간을 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혈압약·이뇨제를 드시거나 심장·신장에 문제가 있는 분은 반드시 미리 말씀해 주십시오.

결정적인 것 — 수리는 몸이 합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한약이 병을 고치는 게 아닙니다. 한약은 환경을 되돌려 놓을 뿐이고, 실제 수리는 몸이 스스로 합니다.

세포는 원래 자기를 고치는 장치를 갖고 있습니다. 낡은 부분을 걷어 내고, 상처를 아물게 하고, 흔들린 균형을 다시 잡습니다. 그런데 환경이 계속 기울어 있으면 이 장치가 제대로 돌지 못합니다. 한약이 여러 축의 환경을 함께 다독여 범위 안으로 돌려놓으면, 멈춰 있던 자가 수리가 다시 돌기 시작합니다. 제가 "몸을 대신하지 않고 돕는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뜻입니다.

정직하게, 한계도 말씀드립니다

이 방식이 모든 병에 맞는 것은 아닙니다. 부품이 크게 망가진 경우, 급하게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수술이나 강한 약이 먼저인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한약은 그런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저는 필요할 때 검사와 다른 진료를 먼저 권합니다.

또한 환경을 되돌리는 일은 시간이 걸립니다. 한 번에 극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기울었던 축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저는 그 과정을 정직하게 말씀드리고, 좋아지는 만큼 약을 줄여 결국 약 없이 몸이 스스로 서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약이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몸의 여러 환경을 함께 되돌려 몸이 스스로 고칠 수 있게 한다"고 답합니다. 짧게 줄이면 많은 것을 잃는 말이지만, 방향만은 분명합니다. 고치는 주인공은 언제나 몸이고, 약은 그 조건을 만들어 주는 조력자입니다. 그 조건이 지금 어느 축에서 기울어 있는지,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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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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