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칼럼 만성통증 클리닉
블로그 2026년 7월 13일

아픈 곳이 오히려 차갑고 둔하다면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진료실에서 통증을 볼 때, 저는 아픈 곳을 만져봅니다. 아프다는 말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가 뜨거운지 차가운지를 보려는 것입니다.

같은 "아프다"는 말인데, 만져보면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한쪽은 뜨겁습니다. 붉고, 붓고, 눌러도 금방 반응하고, 열감이 있습니다. 다른 한쪽은 차갑습니다. 색이 창백하거나 어둡고, 감각이 둔하고, 무겁고, 눌러도 반응이 늦게 옵니다. 아프긴 아픈데 몸이 그 자리에 힘을 안 보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 둘을 다르게 봅니다.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다치면 뜨거워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우리는 붓고 열나는 것을 나쁜 일로 배웁니다. 가라앉혀야 할 것으로 배웁니다.

그런데 조직이 손상되었을 때 열이 나고 붓고 붉어지는 것은, 몸이 복구를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혈관이 열리고, 혈장이 조직으로 새어 나오고, 청소하고 고치는 세포들이 그 자리로 몰려옵니다. 불편하지만 필요한 과정입니다. 여기까지는 확립된 생리학이고,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저는 급성기의 뜨거운 통증을 볼 때, 그 반응을 무작정 꺼야 할 것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지나치면 조절해야 하지만, 그 반응 자체는 회복의 일부입니다.

문제는 뜨거워지지 못하는 조직입니다

제가 오래 마음을 두는 쪽은 반대입니다.

다쳤는데, 그 자리가 뜨거워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몇 달, 몇 년 아픈 자리를 만져보면 차갑습니다. 감각이 둔합니다. 눌렀을 때 "여기요" 하고 정확히 짚지 못하고 뭉뚱그려 아파합니다. 주변보다 무겁고, 겨울이면 심해지고, 만지면 찌릿한데 정작 피부는 반응이 없습니다.

이 조직은 염증이 과한 것이 아니라, 염증조차 제대로 일으키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복구를 시작할 힘이 안 올라오는 것입니다.

여기에 소염제를 계속 쓰면 어떻게 될까요. 잠깐 편해질 수는 있지만, 안 그래도 못 올라오는 복구 반응을 한 번 더 눌러 앉히는 셈이 됩니다. 저는 이것이 어떤 통증이 몇 년씩 그 자리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여기까지가 제 해석입니다. "차가운 통증에는 소염제가 해롭다"는 식으로 임상시험이 정리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진료실에서, 오래된 통증일수록 뜨거운 쪽보다 차가운 쪽이 훨씬 많다는 것을 반복해서 봅니다.

왜 뜨거워지지 못할까

한 가지 원인으로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자리에서는 여러 조건이 함께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류가 그 자리까지 충분히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복구에 필요한 산소와 재료, 그리고 세포들이 도착하지 못합니다.

정맥과 림프의 회수가 막혀 있습니다. 들어오는 길만 문제가 아닙니다. 나가는 길이 막히면 그 자리에 물이 고이고, 고인 조직은 더 무겁고 더 차가워집니다.

감각 신호가 낮아져 있습니다. 몸은 신호를 받아야 그곳에 자원을 보냅니다. 감각이 둔해진 자리는 몸의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움직임이 사라져 있습니다. 아프니까 안 씁니다. 안 쓰면 그 부위의 근육 펌프가 멈추고, 순환이 더 나빠지고, 더 아파집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를 악화시킵니다. 그래서 한 가지만 풀어서는 잘 안 됩니다. 혈류만 늘려도, 마사지만 해도, 진통제만 써도 원래 자리로 돌아옵니다. (풀어도 다시 굳는다면)

제가 하는 일

저는 이런 통증에서 아픈 곳을 조용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자리가 다시 반응할 수 있게 만드는 쪽을 봅니다.

혈류가 들어갈 수 있는지, 고인 것이 빠져나갈 수 있는지, 감각이 돌아오는지, 움직임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한약을 쓰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한 가지 스위치를 세게 누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에 동시에 조금씩 작용해서 그 조직의 환경을 되돌리는 것입니다. 환경이 돌아오면, 복구는 몸이 합니다. 제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한약은 무엇을 하는가)

그래서 치료 초기에 아프던 자리가 오히려 조금 뜨거워지고 뻐근해지는 분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나쁜 신호로만 보지 않습니다. 멈춰 있던 반응이 다시 올라오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변화가 심하거나 오래가면 약을 조정합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이 글은 통증을 스스로 판단하시라는 글이 아닙니다. 다음은 한의원이 아니라 병원이 먼저입니다.

  • 상처 없이 갑자기 붓고 벌겋게 달아오르며 열이 나는 경우 — 감염일 수 있습니다.
  • 한쪽 다리가 갑자기 붓고 아프며 종아리가 단단한 경우 — 혈전일 수 있습니다.
  • 갑자기 팔다리가 창백하고 싸늘해지며 감각이 없어지고 맥이 잘 안 잡히는 경우 — 혈관이 막혔을 수 있는 응급 상황입니다.
  • 체중이 줄고, 밤에 통증으로 깨고, 열이 함께 있는 경우.

이런 상황은 시간을 다툽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응급실이나 정형외과·내과 진료를 먼저 받으십시오.

마지막으로

통증을 "많이 아픈 통증"과 "덜 아픈 통증"으로만 나누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뜨거운 통증과 차가운 통증을 먼저 나눕니다. 몸이 그 자리에 힘을 보내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포기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오래된 통증일수록 후자인 경우가 많고,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더 센 진통이 아니라 그 자리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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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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