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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2026년 7월 15일

"검사는 정상입니다"라는 말의 정확한 뜻 — 기준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검사는 다 정상인데요."

이 말을 듣고 진료실에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거의 같은 문장이 따라옵니다.

"그럼 제가 예민한 건가요?"

저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병 이야기가 아니라 검사 이야기입니다. 정확히는, '정상'이라는 단어가 검사지 위에서 무슨 뜻으로 쓰이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걸 알고 나면, "정상인데 아프다"는 말이 모순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게 됩니다.

기준치는 '건강의 조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분포'입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사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검사지에 찍힌 정상 범위(기준 범위)는, 그 안에 있으면 건강하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숫자가 아닙니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건강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많이 모읍니다. 그 사람들의 검사값을 전부 재서 죽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95%를 담는 구간을 잘라냅니다. 위아래로 2.5%씩은 버립니다.

그 잘라낸 구간이 검사지에 인쇄되는 정상 범위입니다.

이 방식에는 피할 수 없는 결과가 하나 따라옵니다.

정의상, 완전히 건강한 사람 20명 중 1명은 그 항목에서 기준을 벗어납니다.

버려진 위아래 2.5%가 그분들입니다. 병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애초에 그렇게 자르기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사를 많이 할수록 '이상'이 나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보겠습니다.

건강검진에서 검사 항목이 하나만 나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보통 수십 개가 한꺼번에 나옵니다.

한 항목에서 정상 안에 들 확률이 대략 95%라면, 열 개 항목이 전부 정상 안에 들 확률은 60% 남짓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

아무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검사 열 개를 받으면, 그중 하나 이상이 기준 밖으로 나올 확률이 40% 안팎입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빨간 화살표 하나쯤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그 화살표의 상당수는 병의 신호가 아니라, 숫자를 자르는 방식이 만들어 낸 그림자입니다.

이건 제 해석이 아닙니다. 검사의학의 교과서적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절반일 뿐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반대 방향입니다

지금까지는 "정상 밖인데 병이 아닌 경우"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저를 훨씬 더 괴롭히는 것은 반대쪽입니다.

"정상 안인데, 그 사람에게는 정상이 아닌 경우."

이걸 설명하려면 개념 하나가 필요합니다.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평소 값이 있습니다

몸의 수치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설정점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 설정점 주위에서 좁게 움직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폭을 구분해야 합니다.

무엇인가
개인 안의 폭 한 사람의 값이 평소에 오르내리는 폭
사람들 사이의 폭 사람마다 설정점이 다른 데서 생기는 폭

기준 범위는 두 번째 폭까지 전부 껴안아 만든 것입니다. 여러 사람의 서로 다른 설정점을 다 담아야 하니,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항목은 개인 안의 폭이 아주 좁고, 사람들 사이의 폭이 아주 넓습니다. 이런 항목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내 값이 평소의 두 배로 변했는데도, 여전히 '정상 범위 안'에 찍히는 일이 생깁니다.

콩팥 수치를 예로 들겠습니다

가장 분명한 예가 신장 기능을 보는 크레아티닌입니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나오는 노폐물입니다. 그래서 근육이 많은 사람은 평소 값이 높고, 근육이 적은 사람은 평소 값이 낮습니다. 체구가 작고 마른 분은 평소 0.6 정도에 머무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제 이분의 콩팥 기능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해 봅시다. 크레아티닌은 대략 두 배가 됩니다. 0.6에서 1.2가 됩니다.

그런데 검사지의 정상 범위 위쪽 끝은 대개 1.2~1.3 근처입니다.

콩팥 기능이 절반이 되었는데, 검사지에는 '정상'이라고 찍힙니다.

이건 검사가 엉터리라서가 아닙니다. 집단의 기준으로 개인을 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학이 이 한계를 알기 때문에, 신장 기능은 크레아티닌 수치 하나로 보지 않고 나이와 성별을 넣어 보정한 값(사구체여과율)을 함께 계산합니다. 한계를 아는 사람들이 만든 보완책입니다.

갑상선 수치도 비슷한 성질을 갖습니다. 사람마다 설정점이 뚜렷이 다르고, 그 사람 안에서는 좁게 움직입니다. 집단 기준 안쪽에서 움직여도, 그 사람에게는 큰 변화일 수 있습니다.

검사는 '한 순간의 한 점'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가 겹칩니다.

몸은 하루 동안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 스트레스 호르몬은 아침에 가장 높고 한밤중에 가장 낮습니다. 그 차이가 몇 배에 이릅니다.
  • 혈압은 잴 때마다 다릅니다. 자세, 방금 걸었는지, 진료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달라집니다. (혈압이 잴 때마다 다르다면)
  • 식사, 수면, 자세, 그날의 긴장이 여러 수치를 흔듭니다.

검사는 그 출렁이는 곡선 위에서 점 하나를 찍는 일입니다. 그 점이 우연히 어디에 찍혔는지에 따라 '정상'과 '경계'가 갈립니다.

그래서 저는 수치 하나를 보고 판단하지 않으려 합니다. 점 하나가 아니라, 점들이 그리는 방향을 보려 합니다.

그리고 검사가 잘 못 보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 말씀드리려는 핵심입니다.

대부분의 검사는 물질과 구조를 봅니다. 피 속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가. 조직이 어떻게 생겼는가. 이것을 보는 일에서 현대의 검사는 대단히 강력합니다.

그런데 몸에는 물질과 구조 말고 조절이라는 층이 있습니다.

  •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가
  • 얼마나 적절한 폭으로 오르내리는가
  • 흔들린 뒤 얼마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는가

심장 초음파는 심장의 구조를 봅니다. 심장이 상황에 맞게 박동을 조절하는 능력은 다른 검사로 봅니다. 혈압 한 번은 그 순간의 압력을 봅니다. 하루 동안 혈압이 어떤 폭으로 출렁이는지는 24시간 측정이라야 봅니다.

구조가 멀쩡해도 조절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절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사람은 확실히 힘듭니다.

검사가 "정상"이라고 말할 때, 그 말은 대개 이런 뜻입니다.

"우리가 찾는 위험한 병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값은 집단의 가운데 95% 안에 있습니다."이건 대단히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당신의 몸이 잘 조절되고 있습니다"라는 뜻은 아닙니다.애초에 그것을 묻는 검사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에게서 이 일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으니, 제가 진료실에서 실제로 만나는 연쇄 하나를 끝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설사가 오래된 분이 있다고 합시다. 시작은 장 점막의 면역이 과하게 흥분한 상태입니다.

몸에서 벌어지는 일 그때 검사는
① 장 점막 면역이 과흥분해 흡수가 떨어진다 대장내시경 — 정상 (눈에 보이는 궤양·종양이 없음)
② 흡수가 안 되니 에너지 대사가 깎인다 혈당·간수치 — 정상 (아직 기준 안)
③ 에너지가 부족하니 말초 혈류를 줄인다 (손발이 차진다) 혈관 초음파 — 정상 (혈관이 막힌 게 아님)
④ 오래 버티느라 부신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소모된다 코티솔 — 정상 범위 하단 (아침에 쟀다면 더욱)
⑤ 호르몬이 깎이니 나트륨·칼륨을 붙잡는 힘이 흔들린다 전해질 — 정상 범위 안쪽 끝

다섯 단계가 다 진행되었는데, 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상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각 단계가 병으로 불릴 만큼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나하나는 다 '기준 안'입니다. 무너진 것은 각 항목이 아니라, 항목들을 이어 붙인 연쇄입니다.

그리고 검사는 항목을 봅니다. 연쇄를 보지 않습니다.

이 분에게 "정상이니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각 층은 멀쩡한데 건물이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벽돌을 하나씩 검사하고 "벽돌은 다 정상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벽돌은 정말로 정상입니다. 기운 것은 벽돌이 아닙니다.

제가 보려는 것이 이 연쇄입니다. 어느 축이 먼저 흔들렸고, 그것이 어느 쪽으로 번져 갔는가. 여기서 시작점을 잘못 짚으면 — 예컨대 손발이 찬 것을 보고 혈류만 데우려 하면 — 위쪽 원인이 그대로이니 되돌아옵니다. (설사가 오래되면 왜 기운까지 빠질까 · '몸이 차다'는 말의 오해)

그렇다고 검사를 무시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위험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검사는 못 믿는다"는 말로 이 글이 읽힌다면, 저는 차라리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검사는 사람을 살립니다. 암, 감염, 빈혈, 갑상선 질환, 당뇨, 심장과 콩팥의 병 — 이런 것들은 증상만으로 가려낼 수 없고, 검사만이 가려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병들을 놓치면 사람이 죽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검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검사가 위험한 병을 걸러 준 다음, 그 자리에 남는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순서가 바뀌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검사 결과를 가져오시라고 합니다. 없으면 받으시라고 권합니다. 제가 다루려는 문제인지 아닌지를 그것으로 가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저는 무엇을 봅니까

검사가 정상인 분 앞에서, 저는 이런 것들을 봅니다.

첫째, 그분의 평소를 기준으로 다시 읽습니다. "정상 범위 안"이 아니라 "당신의 평소와 견주어 어떤가"를 묻습니다. 예전 검사지를 가져오시라고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5년 전 값과 지금 값을 나란히 놓으면, 둘 다 정상 범위 안이어도 방향이 보입니다.

둘째, 시간의 무늬를 봅니다. 하루 중 언제 심한가. 계절을 타는가. 무엇을 하고 나면 심해지고, 무엇을 하고 나면 덜한가.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 조절의 문제는 숫자보다 무늬로 드러납니다. (오래된 병에서 시간이 하는 일)

셋째, 증상들이 함께 움직이는지를 봅니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증상 여럿이 같이 나빠지고 같이 좋아진다면, 그건 각각의 병이 아니라 하나의 조절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상관없어 보이는 증상들이 함께 온다면)

넷째, 다시 검사할 시점을 정합니다. 지금 정상이라도 방향이 마음에 걸리면, 저는 언제 다시 볼지를 말씀드립니다. 한 번의 정상이 영구적인 면죄부는 아닙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아래는 "조절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되는 신호들입니다. 검사가 정상이었더라도, 아래가 있으면 다시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몇 달 사이 뚜렷하게 빠진 경우)
  • 밤에 잠을 깨울 정도의 통증, 쉬어도 나아지지 않는 통증
  • 열이 계속되는 경우, 밤에 식은땀으로 옷이 젖는 경우
  • 피가 섞인 가래·대변·소변, 검은 변
  • 갑자기 생긴 신경 증상 — 한쪽 힘이 빠짐, 말이 어눌해짐, 시야 이상
  • 증상이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경우 (좋았다 나빴다 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 검사가 정상이라 들었지만 그 검사를 받은 지 오래된 경우

특히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작년에 정상이었다"는 말은 오늘의 진단이 아닙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 중에서 기준 범위가 건강한 사람들의 가운데 95%로 만들어진다는 것, 그래서 건강한 사람도 일정 비율은 벗어난다는 것, 사람마다 설정점이 달라 집단 기준이 개인의 변화를 놓칠 수 있다는 것 — 이것들은 검사의학에서 확립된 사실입니다. 제가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다음부터는 제 해석입니다.

"검사가 정상인데 힘든 분들에게는 조절의 층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조절은 여러 축이 얽혀서 만들어진다"는 것 — 이것은 제가 임상에서 세운 틀이고, 아직 증명된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이 틀이 유용하다고 믿지만, 믿는 것과 증명된 것은 다릅니다. 구분해서 말씀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검사는 정상입니다"라는 말은 좋은 소식입니다. 위험한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그 말은 "당신은 괜찮습니다"의 동의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예민한 것입니다"의 동의어는 절대 아닙니다.

검사는 자기가 찾도록 만들어진 것을 찾습니다. 찾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당신이 힘든 것은 검사지 밖의 일입니다. 그리고 검사지 밖에도 몸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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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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