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유독 뻣뻣하다면 — 몸이 시간표대로 하는 일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굳어 있어요. 좀 움직여야 풀립니다."
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이 하나 나옵니다.
왜 하필 아침일까요.
밤새 가만히 있어서라고들 하십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절반이 더 흥미롭습니다.
몸에는 시간표가 있습니다
염증을 일으키는 신호 물질들은 하루 종일 같은 양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자정부터 이른 아침 사이에 정점을 찍습니다.
그런데 그 신호를 눌러 주는 호르몬 — 코티솔 — 은 아직 올라오기 전입니다. 코티솔은 눈뜰 무렵부터 올라오니까요. (아침에 유난히 못 일어난다면)
염증 신호는 최고인데, 그걸 누를 것은 아직 안 왔습니다.
그래서 아침이 제일 뻣뻣합니다. 시간이 지나 코티솔이 올라오면 풀립니다.
아침에 뻣뻣하다가 오전이 지나며 나아지신다면, 몸이 시간표대로 하는 겁니다.
그리고 밤새 굳는 쪽도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힙니다.
근육에는 가만두면 뻑뻑해지고 움직이면 물러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요변성이라고 부릅니다. (우두둑 꺾지 않는 추나 — 요변성 추나 이야기)
밤새 같은 자세로 여섯 시간을 있으면 그 자세에 맞춰 뻑뻑해집니다. 그러다 움직이면 풀립니다. 일어나서 몇 분 움직이면 나아지는 것이 이쪽의 얼굴입니다.
근막도 비슷합니다. 움직임을 제한한 것만으로 근막이 서로 미끄러지는 정도가 약 28%까지 떨어진 실험이 있습니다. 오래 안 움직이면 층과 층이 덜 미끄러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시간을 묻습니다
"몇 분쯤 지나야 풀리십니까?"
이 질문이 꽤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30분 안에 풀리고 움직이면 나아진다면 — 밤새 굳은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어느 자세로 주무시는지, 어디가 굳는지를 함께 봅니다.
한 시간 넘게 가고 움직여도 잘 안 풀린다면 — 염증 쪽이 더 크게 관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손으로 푸는 것보다 그 염증이 어디서 오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관절 여러 곳이 대칭으로 붓는다면 검사도 함께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아침에 뻣뻣하다"인데 무게중심이 다르니, 손대는 순서도 달라집니다.
풀어 놓은 것은 다시 굳습니다
굳은 자리를 풀어 드리면 그날은 가볍습니다. 그런데 며칠이면 돌아옵니다.
이건 실패가 아닙니다. 요변성이 원래 그런 성질입니다 — 자극을 주면 물러지고, 두면 다시 뻑뻑해집니다. 굳은 꿀을 저으면 부드러워지지만 가만두면 되직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입니다. 되돌아가는 속도보다 자주 풀어 주고, 굳히는 하루를 바꾸는 것. 자세와 움직임을 같이 잡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교정이 자꾸 돌아온다면 — 유지 관리가 치료의 절반)
아침에 뻣뻣한 것은 나이 탓도, 게으름 탓도 아닙니다.
몸이 시간표대로 하는 일이고, 그 시간표를 알면 어디부터 손댈지가 보입니다.
참고한 자료
- 조조강직은 자정~이른 아침에 정점을 찍는 염증 신호 물질(TNF-α·IL-6)의 분비 리듬과 맞물린다 — Journal of Immunology Research, 2014
- 움직임을 제한한 것만으로 근막이 서로 미끄러지는 정도가 약 28% 떨어졌다 (대조 실험) — PLOS ONE, 2016
- 사람 손목에서 자극 뒤 근육 저항이 19~20% 줄었고, 15초쯤 쉬면 대부분 되돌아왔다 — Journal of Physiology, 2001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