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언제 끊어야 하는가
좋은 약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약을 언제 멈추느냐입니다. 저는 약을 오래 쓰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잘 물러설 줄 아는 것이 치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은 몸을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약을 쓰는 방식은 몸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조절력을 되찾도록 옆에서 미는 것입니다. 적은 자극이 몸의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성질을 이용합니다. 그렇다면 몸이 스스로 서기 시작하면, 미는 손은 물러나야 합니다. 계속 밀고 있으면 몸은 그 손에 기대는 법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앞서 말씀드렸듯 효과를 내는 기전은 지나치면 부작용을 냅니다. 감초처럼 순하다는 약도 오래, 많이 쓰면 전해질과 혈압을 흔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아졌는데도 계속 먹는 것'은 이득이 줄고 위험이 늘기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여기까지는 제 원칙이자 약리의 상식입니다. 약은 목표가 이루어지면 줄이고 멈추는 것이 안전하며, 이는 한약도 예외가 아닙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진료에서 지키는 방식입니다. 저는 처음 약을 드릴 때부터 끝을 함께 정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좋아지면 줄이고, 무엇을 확인하면 멈춘다"를 미리 말씀드립니다. 끝을 정하지 않은 치료는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는가
저는 약을 시작할 때 목표와 기간을 함께 정하고, 경과를 보며 좋아지는 만큼 약을 줄여 갑니다. 몸이 스스로 유지하는 힘이 생겼는지를 확인하며 물러납니다. 증상이 사라졌는데도 습관처럼 약을 이어 가는 것을 경계합니다. 필요할 때 짧고 정확하게 쓰고 물러나는 것 —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좋은 한약 쓰임입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다만 스스로 판단해 약을 갑자기 끊는 것이 위험한 경우가 있습니다. 양약, 특히 혈압약·당뇨약·스테로이드·항우울제 같은 약은 임의로 중단하면 안 됩니다. 반드시 처방한 곳과 상의해 조절하셔야 합니다. 한약을 드시다 몸에 이상이 느껴질 때도 스스로 판단하지 마시고 알려 주십시오. 약을 시작할 때보다 끊고 조절할 때 더 신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래 먹어야 좋은 약이라는 말도, 무조건 빨리 끊어야 한다는 말도 저는 하지 않습니다. 약은 몸이 스스로 설 때까지만 곁에 있으면 됩니다. 잘 쓰는 것만큼 잘 물러나는 것 — 그 시점을 함께 가늠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