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칼럼 난치질환 클리닉
블로그 2026년 3월 11일

오래된 병일수록 작은 목표부터 — 회복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이만큼 치료했으면 나아야 하는데" — 오래된 병 앞에서 조급해지면, 오히려 회복이 더뎌집니다.

난치성 질환을 진료할 때 저는 큰 목표 하나를 세우기보다, 작은 목표를 순서대로 잡습니다. 왜 그렇게 하는지, 그리고 그 순서가 왜 회복에 유리한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작은 목표부터인가요

오래된 병은 여러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맨 위층의 가장 힘든 증상 아래에, 그것을 떠받치는 다른 문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완전히 낫는 것"만을 목표로 삼으면, 조금 나아져도 체감이 안 되고 쉽게 지칩니다.

대신 지금 가장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한 가지 — 예를 들어 "밤에 통증으로 깨지 않는 것", "오전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것" — 부터 목표로 삼으면, 작은 변화가 눈에 보이고 그것이 다음 단계의 힘이 됩니다.

회복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몸이 여러 층으로 무너졌다면, 회복도 대개 그 역순으로 일어납니다. 저는 진료하면서 어느 층이 먼저 반응하는지를 관찰하고, 거기에 맞춰 다음 목표를 조정합니다.

  • 먼저 수면과 통증 같은 기본적인 삶의 질이 회복되고,
  • 그 위에서 기력과 소화 같은 회복력의 바탕이 살아나며,
  • 마지막으로 오래 굳어 있던 문제들이 서서히 풀립니다.

이 순서를 건너뛰려 하면 몸이 따라오지 못합니다. 조급함이 오히려 회복을 늦추는 이유입니다.

진행 상황을 함께 확인합니다

저는 매 단계에서 무엇이 나아졌고 무엇이 그대로인지를 솔직하게 공유합니다. 나아진 것을 함께 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오래 아팠던 분일수록 "조금 나아진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완치를 단정해 약속드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무엇이 나아질 수 있는지, 그 작은 목표들을 하나씩 이뤄가는 과정은 분명히 가능합니다. 그 길을 함께 걷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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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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